브랜드 vs 메이커 - 둘의 차이를 알고 계시나요?
브랜드, 요즘 정말 많이 유행하는 말 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과거 90년대, 우리는 브랜드 보다는 메이커 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학창시절 우리가 즐겨 신던 신발, 가방, 시계부터 다양한 학용품과 일상 용품까지 우리는 좋은 회사에서 만든 물건들을 메이커라고 불렀었습니다. 학창시절 저에게 꿈이었던, 너무 갖고 싶었던, 나이키, 아디다스 등의 운동화, 가방 그리고 옷 등은 학생들에게 “메이커” 라고 불렸던 것입니다. 그 외에도 사람들이 열광했던 옷 등의 다양한 물건을 우리는 “메이커”인지 아니면 “비메이커”인지로 구분 했었습니다.
그때 유명했던 많은 제품들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데 지금은 아무도 그것을 “메이커”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브랜드”라고 부르고 있죠. 신발, 가방 등 소비재를 만들어 내는 것은 같은데 왜 우리는 더 이상 같은 회사의 같은 (혹은 비슷한) 제품을 더 이상 “메이커”라고 하지 않고 “브랜드”라고 부르게 됐을까요?
메이커, 왜 우리는 메이커를 따졌는가?
산업사회 이후 우리의 소비를 좌우했던 메이커는 말 그대로 제품을 만든 제조사를 의미합니다. 바로 이 제품을 누가 만들었는지에 중심을 둔 말입니다. 우리가 과거 메이커를 중시했다는 것은 그 당시 우리는 그 물건을 누가 만들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의미입니다. 쉽게 비슷한 개념을 말씀드리면 원산지 표시를 들 수 있습니다. “made in” 이라고 시작하는 이 원산지 표시는 아직도 쓰이고 있습니다. 이 원산지 표시가 가리키는 가치는 바로 이 제품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어디에서” 생산되었는지 입니다. 이 메이커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이 제품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그 가치가 무엇인지에 집중하기 보다 이 제품을 “누가 만들었는가”에 초점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과거에 왜 메이커에 집중 한 이유는 너무 자명합니다. 과거에는 각 제조사 마다 물건을 만드는 기술이 아주 많이 차이가 났습니다. A라는 제조사와 B 라는 제조사의 제조 과정, 품질 등이 차이가 많이 날 경우 사람들은 A사만이 제공하는 그 제품 특유의 품질에 가치를 두게 됩니다. 우리가 메이커라고 부르던 시절의 나이키, 아디다스의 가치는 값싼 다른 나라 혹은 다른 제조사가 만드는 제품에 비해 더 품질이 좋다는 의미 입니다. 더 오래가고, 튼튼하고, 운동을 하는데 있어 기능이 좋아서 좋다라는 것이지요.
브랜드, 왜 이제는 메이커가 아니라 브랜드 인가?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 주변에서 메이커라는 말은 사라졌습니다. 아직도 사람들은 나이키와 아디다스 운동화를 좋아하지만 그 누구도 이 브랜드들을 메이커라고 부르고 메이커를 찾아 소비하지 않습니다. 좋은 제품을 찾는 행동 자체는 한치 다르지 않고 같은데도 불구하고 이 행동이 전혀 다른 이름으로 바뀌어 불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사라졌다고 느낄 만큼, 메이커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없어졌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점 몇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더 이상 신발, 가방, 옷의 제조 기술로는 제조사들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어졌습니다. 이제 나이키와 값싼 중국산 신발을 놓고 비교하면 신발이라고 하는 기본적인 기능(발을 보호하고 발 바닥이 안전하고 발 옆, 위를 잘 잡아주는 기능들)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다는 말입니다. 예전에는 값싼 신발은 얼마 안가 밑창이 뜯어지고 가방 같은 경우도 금방 천이 찢어지는 등 제품 본래의 기능에 관한 품질이 좋지 않아 좋은 메이커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그런 기본적인 제품 기능의 품질로는 제품들 간의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무역의 발달로 더 이상 브랜드의 이름이 곧 제조사를 의미 하지 않는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중국이 전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며 세상의 모든 제조업을 불러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우리 주변 대부분의 제품은 자국이 아닌 노동력이 값싼 타국에서 생산을 해서 수출 혹은 역수입이 되는 방식으로 우리 손에 오게 되었습니다. 과거, 자체 기술로 생산을 했던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더 이상 직접 신발을 만들지 않습니다. 위탁 생산(OEM)이 일반화된 현 시대에 누가 과연 이 제품의 진짜 메이커인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모호한 개념이 되어버렸습니다.
브랜드의 대두
변해버린 세상, 그리고 환경에서 더 이상 제조사로는 제품의 우열을 가릴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이 상황에서 제조사들이 취한 발 빠른 전략이 바로 브랜드 였습니다. 누가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이 제품이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 새로운 패러다임을 씌워버린 것이지요. 브랜드는 만든 사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을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의 경험과 감정 그리고 인식 기반한 의미입니다.
메이커에서 브랜드로 변해버린 세상, 이 변화는 우리에게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도 메이커 식 사고에서 브랜드 식 사고로 변해야 한다고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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